4월, 2026의 게시물 표시

첫차 기다리는 사람들 표정에서 묘한 공통점을 느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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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가 조금 넘은 천호동 골목은 낮에 보던 동네와 전혀 달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주변에 논이 남아 있어서 겨울 새벽이면 골목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 매서웠습니다. 집을 나설 때는 아직 한밤중처럼 깜깜했고, 가방을 메고 걷다 보면 제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종로 쪽 새벽 단과학원에 가기 위해 첫차를 탔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던 때였습니다. 거기에 새벽 공부까지 하려니 잠이 늘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며 정류장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로등 아래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저보다 먼저 나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서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명이 오고, 조금 있다 또 한 명이 오면서 어느새 몇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사람도 있었고, 작은 가방을 가슴에 꼭 안고 있는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밤새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인지, 저처럼 이제 하루를 시작하러 나온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 시간에는 이상할 정도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류장 기둥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입김이 하얗게 나올 때마다 어둠 속 얼굴이 잠깐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그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이 저를 봤다면 저 역시 비슷한 얼굴이었을 겁니다. 가방을 메고 있으니 학생처럼 보였겠지만 속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을 겁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녔고, 새벽에는 종로까지 공부하러 갔습니다. 잠을 충분히 잘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첫차에 타면 책이라도 조금 봐야겠다고 집을 나설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버스 문이 열리고 따뜻한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빈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도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눈꺼풀이 무...

방문 교사와 함께한 새로운 학습 방식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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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방문 교사라는 방식이 좀 낯설었다. 집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교실 같은 분위기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렸다. 처음 수업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이는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눈은 자꾸 주변으로 흘렀다. 나도 순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잠깐 멈칫했다. 교실에서는 바로 수업을 끌고 가면 됐는데, 여기서는 그게 잘 안 됐다. 처음 느낀 어색한 공기 그날 분위기는 조금 묘했다. 교실처럼 정리된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다. 아이도 어색해 보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그때는 ‘이게 제대로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방문 교사는 바로 책을 펴지 않았다. 잠깐 대화를 하고, 집 안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설명을 시작했다. 의외로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교실에서는 잘 안 쓰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집중을 억지로 끌어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변화가 아주 작아 보일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 오래 있다 보면 그런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교실과 집, 생각보다 다른 흐름 나는 오랫동안 학원에서 수업을 해왔다. IMF 시기에도, 자격증 교육을 할 때도, 항상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흐름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환경이 바뀌면 방식도 같이 바뀐다는 걸 그때 처음 체감했다. 교실에서는 분위기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앉으면 시작이고, 시작하면 따라오는 구조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 구조가 없다. 시작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 막상 해보면 이게 더 어렵다. 아이가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집중할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에 가까웠다. 그래서 ‘공부 시작하자’라는 말보다 ‘같이 한번 해보자’라는 흐름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방식이 아니라 접근의 차이 처음에는 장소가 바뀌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온라인 교육으로의 도전 첫 번째 실패가 가르쳐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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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온라인 교육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 줄 몰랐다. 교실에서 하던 걸 그대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칠판 대신 화면이 있고, 앞에 앉은 사람이 없을 뿐이라고 가볍게 본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그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예전에는 수업을 하면 학생 표정이라도 볼 수 있었다. 이해한 건지, 딴생각을 하는 건지, 어디서 막히는지 금방 느껴졌다. 그런데 화면 앞에 혼자 앉으니 그게 다 사라졌다. 말은 내가 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의 숨소리도 없고 눈빛도 없고 반응도 없었다. 처음 영상을 찍던 날의 어색한 기분이 아직도 또렷하다. 분명 수업을 준비한 건데, 이상하게 혼잣말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낯설었던 시작 처음에는 영상만 올리면 되는 줄 알았다. 괜히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평소 하던 설명을 그대로 말하면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켜는 순간 머릿속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평소에는 잘하던 말도 잘 안 나왔다. 교실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설명이 화면 앞에서는 자꾸 끊겼다. 몇 번을 찍었다가 지우고, 다시 찍고, 또 멈췄다.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더 긴장됐다. 의외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말하는 게 더 어려웠다. 겨우 하나를 올리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조회수가 많지 않은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낯설었던 건 반응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댓글도 없고 질문도 없고, 누가 어디까지 들었는지도 모르겠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제일 힘들었던 건 숫자가 아니라 감각이 끊긴 일이었다. 현장에서는 학생 한 명만 고개를 갸웃해도 다시 설명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에서는 그 신호 자체가 없었다. 교실과 화면 사이의 큰 차이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설명하는 말보다 분위기를 먼저 읽게 되는 때가 많다. 아이들이 조용해지는 순간, 어른 수강생이 갑자기 필기를 멈추는 순간, 자격증 수업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장면이 쌓이면...

MS-DOS부터 워드프로세서까지, 나의 교육 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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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제목을 처음 보면, 나도 좀 오래된 느낌이 든다. 요즘은 화면이 이렇게까지 단순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교실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불 꺼진 교실에 컴퓨터만 켜져 있고, 검은 화면에 초록 글자가 깜빡이던 그 장면. 학생들은 키보드를 한 번 누를 때마다 눈치를 보듯 멈칫거렸고, 나는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화면에서 시작된 수업 처음 MS-DOS를 가르치던 날이 아직도 또렷하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한테는 그게 아니었다. 명령어 하나를 잘못 치면 화면이 멈춘 것처럼 보이고, 다들 갑자기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이 꽤 부담스럽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컴퓨터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낯선 걸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금방 적응했고, 누군가는 한 줄도 못 넘기고 계속 같은 자리에서 멈춰 있었다. 그 차이가 꽤 컸다. 한 글자에서 멈춰 있던 순간 그날 한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처음 배우는 분이었다. 계속 같은 키만 누르면서 “왜 안 써지죠”라고 물어보셨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쉬프트 키를 계속 누르고 계셨다. 그걸 살짝 떼드렸더니, 글자가 쭉 써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분이 웃으면서 “이제 된다”라고 했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의외로 그런 순간이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 사람한테는 꽤 큰 변화였던 것 같다. 빨리 배우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빨리 배우는 사람이 잘한다고 생각했다. 진도도 빨리 나가고, 실수도 적으니까. 그런데 계속 현장에서 지켜보니까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어떤 사람은 느리지만 끝까지 해낸다. 반대로 빠른 사람은 중간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 그걸 보면서 교육이라는 게 속도를 재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막히는 지점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걸 그때 많이 느꼈다. 교육은 같이 멈춰주는 일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가르친다기보다 옆에 서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멈춰 있을 때, 그 옆에 잠깐 같...

자격증 열풍의 시대, 직접 교재를 집필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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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열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저는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많이 따는 시기구나 정도였습니다. 학원에서는 늘 하던 대로 수업을 했고, 교재도 이미 나와 있는 걸 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해보면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한 거지, 책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시기였습니다. 수업 중에 멈춰버리던 순간 어느 날 수업을 하다가 이상한 장면을 봤습니다. 학생 한 명이 책을 그대로 보고 따라 했는데, 계속 같은 자리에서 멈추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학생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학생도, 또 다른 학생도 비슷한 부분에서 멈췄습니다. 설명을 해주면 고개를 끄덕이는데, 다시 책을 보면 또 막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외로 그 장면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글이었다 그때까지는 학생들이 이해를 못 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혼자 남아서 교재를 다시 펼쳐봤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넘기던 부분인데, 천천히 읽어보니까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막상 해보면 설명이 조금 꼬여 있었습니다. 말로 풀면 쉬운 내용인데, 글로 보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건 학생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수업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말이 나옵니다. 학생 표정을 보면서 설명을 바꾸기도 하고, 쉬운 예를 바로 떠올려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번 써놓으면 그대로 읽혀야 합니다.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글로 설명하는 건 다르다는 걸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그때는 그걸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말로 이해되는 것과 글로 이해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처음으로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그래서 그날 이후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유명한 교재를 찾기보다, 내가 설명하는 방식 그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IMF 때 실직자 교육 컴퓨터 학원이 희망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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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기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공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때는 뉴스만 봐도 분위기가 달랐고, 거리도 조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학원 문을 열면서도 오늘은 몇 명이나 올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었는데 이미 몇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말은 거의 없고, 그냥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조용하게 시작된 수업 수업을 시작해도 분위기는 비슷했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고, 말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손을 움직이는 것도 조심스러워 보였습니다. 틀릴까 봐 천천히 눌러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막상 해보면 간단한 내용인데도, 그때는 하나하나가 부담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옆에서 설명을 하면서도 괜히 말을 줄이게 됐습니다. 설명보다 분위기가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 공기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말을 안 하던 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옆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같은 짧은 말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그 작은 변화가 컸습니다. 웃는 소리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화면을 같이 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컴퓨터를 배우는 시간인데, 그 안에서 사람 사이가 먼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움직였던 사람들 처음에는 다들 기술을 배우러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같이 앉아 있는 시간이 더 큰 힘이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컴퓨터는 도구였고, 그 도구를 통해 다시 시작해보려는 마음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누가 더 잘하고, 누가 더 빠르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각자 자기 자리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배우는 속도보다, 다시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해 보이던 시기였다.”...

286부터 586까지,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한 나의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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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숫자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286, 386, 486, 586… 솔직히 그때는 그냥 숫자만 바뀌는 줄 알았습니다. 뭐가 그렇게 다른지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막상 그 안에서 지내보니까 그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학원 공기 자체가 바뀌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286을 들여놨을 때 처음 286 컴퓨터를 들여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전원을 켜고 프로그램 하나 실행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학생들이 옆에서 기다리다가 의자에 몸을 기대고 한숨 쉬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막상 해보면 그게 당연한 속도였는데,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좀 애매했습니다. 설명을 하다가도 중간에 멈추게 되고, 학생들 집중도도 조금씩 끊기고요. 그래도 그때는 다들 그렇게 배우는 줄 알았습니다. 386, 486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 분위기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가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386으로 바뀌고, 486으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 변화가 처음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까 의외로 차이가 보였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설명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학생들도 덜 지루해했고요. 조용히 앉아 있던 분위기에서, 같이 움직이는 느낌으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 286부터 586까지,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한 나의 학원 586으로 넘어오면서 느껴진 변화 586으로 넘어왔을 때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같은 작업을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클릭하면 바로 반응이 오니까 학생들도 바로 따라왔습니다. 솔직히 그때부터 수업이 편해졌습니다. 하나하나 끊어서 설명하기보다, 흐름을 이어서 같이 갈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왜 안 되지?”보다 “다음은 뭐지?”라는 반응이 많아졌습니다. 기계가 바뀌면 사람도 같이 바뀐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컴퓨터만 빨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도 같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느릴 때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빨라지니까 따라...

8비트 시절, 애플과 SPC-1000에서 모든 게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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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컴퓨터를 생각하면 빠르고 편한 게 먼저 떠오릅니다. 버튼 몇 번 누르면 다 되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가끔은 반대로 생각이 듭니다. 너무 쉬워서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8비트 시절입니다. 처음 애플이랑 SPC-1000을 만졌던 그날이요. 처음 만졌던 낯선 기계 그날은 친구 집 작은 방이었습니다. 방 한쪽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본체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옆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놓여 있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이라 그냥 계속 쳐다봤습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나면 바로 되는 게 아니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중간에 소리가 끊기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꽤 번거로운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했습니다.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장됐던 기억이 납니다. 느린 화면, 이상하게 빠른 집중 화면에는 글자가 한 줄씩 올라왔습니다. 요즘처럼 바로 뜨는 게 아니라 조금씩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눈을 못 떼고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화면인데, 그때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단순함이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막상 해보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처음에는 컴퓨터라고 하면 뭔가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대신 그 단순함 속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게 답답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불편하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줄이 올라올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빠른 결과보다 기다리는 과정이 더 오래 남는 경우도 있다.” 환...

군 제대 후 처음 컴퓨터를 배우던 날, 내 인생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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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를 하고 나면 뭔가 바로 시작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막상 집에 와보니까 하루가 길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할 일이 없고, 괜히 시간만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주변에서 컴퓨터라도 배워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학원에 처음 들어갔던 날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공기가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앉아본 그 자리 낡은 키보드 앞에 앉았는데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화면만 보고 있었고, 저는 괜히 마우스만 몇 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막상 해보면 금방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것도 못 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배우러 왔다기보다 뒤처진 걸 확인하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화면에 글자가 뜨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걸 따라가는 건 또 다른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건 없었는데, 그 자리를 지킨 게 이상하게 남습니다. 느리게 가는 사람의 시간 학원에서는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게 기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잘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안 보이기도 하고, 조용히 앉아 있던 사람은 계속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빠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이 느렸습니다. 그래도 그냥 나가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막상 해보면 속도보다 버티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생각과 다른 점 많은 사람들이 배우는 걸 빠르게 익히는 걸로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계속 앉아 있는 사람이 더 오래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날 저는 거의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갈 때는 조금 덜 불안했습니다. 뭔가를 시작했다는 느낌이 있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잘한 건 없는데, 시작은 했다는 그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