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운동장 트랙을 돌며 생각이 많아졌던 시절
그 시절 생활 현장 기록 화려한 성공 이야기는 없습니다. 공장 야간근무를 하던 시절, 야간학교를 다니던 날들, 컴퓨터 학원 강사와 원장으로 살아온 시간, 대치동 학원가의 밤 풍경, 김포 신도시가 막 만들어지던 모습, 마라톤 현장과 코로나 시절의 거리까지. 이 블로그는 한 사람이 직접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생활 현장의 기록입니다. 새벽 버스정류장의 공기, 늦은 밤 학원 복도의 정적, 생활비를 계산하던 식탁 위의 풍경, 먹고살기 위해 버티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보를 설명하기보다 그 시절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하게 된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학원 이야기, 공장 이야기, 마라톤 이야기, 새벽 거리 이야기, 중년 노동 이야기, 생활비 고민 이야기까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지나쳐온 평범한 일상을 천천히 남겨보려 합니다.
예전 학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숫자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286, 386, 486, 586… 솔직히 그때는 그냥 숫자만 바뀌는 줄 알았습니다. 뭐가 그렇게 다른지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막상 그 안에서 지내보니까 그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학원 공기 자체가 바뀌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286 컴퓨터를 들여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전원을 켜고 프로그램 하나 실행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학생들이 옆에서 기다리다가 의자에 몸을 기대고 한숨 쉬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막상 해보면 그게 당연한 속도였는데,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좀 애매했습니다. 설명을 하다가도 중간에 멈추게 되고, 학생들 집중도도 조금씩 끊기고요. 그래도 그때는 다들 그렇게 배우는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가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386으로 바뀌고, 486으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 변화가 처음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까 의외로 차이가 보였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설명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학생들도 덜 지루해했고요. 조용히 앉아 있던 분위기에서, 같이 움직이는 느낌으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
586으로 넘어왔을 때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같은 작업을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클릭하면 바로 반응이 오니까 학생들도 바로 따라왔습니다.
솔직히 그때부터 수업이 편해졌습니다. 하나하나 끊어서 설명하기보다, 흐름을 이어서 같이 갈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왜 안 되지?”보다 “다음은 뭐지?”라는 반응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컴퓨터만 빨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도 같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느릴 때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빨라지니까 따라가는 법이 달라졌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는 말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의외로 기술이 먼저 움직이면, 그 뒤에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속도가 바뀌면 수업 방식도 같이 바뀐다.”
요즘은 처음부터 빠른 환경에서 시작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286부터 586까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 크게 보입니다. 솔직히 느렸던 시절이 없었다면 이 변화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간이 오히려 기억에 더 남습니다. 기다리던 시간, 설명이 끊기던 순간, 학생들이 지루해하던 표정까지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새로운 장비가 들어오면, 그냥 “좋다”보다는 “또 분위기가 바뀌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게 발전인지, 변화인지, 아니면 그냥 흐름인지… 아직도 가끔 생각해보게 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