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비트 시절, 애플과 SPC-1000에서 모든 게 시작되다
요즘 컴퓨터를 생각하면 빠르고 편한 게 먼저 떠오릅니다. 버튼 몇 번 누르면 다 되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가끔은 반대로 생각이 듭니다. 너무 쉬워서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8비트 시절입니다. 처음 애플이랑 SPC-1000을 만졌던 그날이요.
처음 만졌던 낯선 기계
그날은 친구 집 작은 방이었습니다. 방 한쪽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본체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옆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놓여 있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이라 그냥 계속 쳐다봤습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나면 바로 되는 게 아니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중간에 소리가 끊기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꽤 번거로운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했습니다.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장됐던 기억이 납니다.
느린 화면, 이상하게 빠른 집중
화면에는 글자가 한 줄씩 올라왔습니다. 요즘처럼 바로 뜨는 게 아니라 조금씩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눈을 못 떼고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화면인데, 그때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단순함이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막상 해보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처음에는 컴퓨터라고 하면 뭔가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대신 그 단순함 속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게 답답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불편하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줄이 올라올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빠른 결과보다 기다리는 과정이 더 오래 남는 경우도 있다.”
환경이 만든 집중의 방식
지금은 환경이 너무 편합니다. 인터넷도 빠르고, 프로그램도 바로 실행됩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나를 하려면 기다려야 했고,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환경이 오히려 집중을 만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 하나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맞게 움직인다는 걸 그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는 건 따로 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냥 재미있어서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꽤 큰 시작이었습니다. 뭔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느리고 번거로운 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계속 해봤던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은 뭐든지 빠르게 됩니다. 편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때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 불편함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지금도 새로운 걸 시작할 때면, 괜히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빠르게 잘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한 줄씩 올라오는 걸 기다리던 그 느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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