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 기다리는 사람들 표정에서 묘한 공통점을 느꼈던 이유
그 시절 생활 현장 기록 화려한 성공 이야기는 없습니다. 공장 야간근무를 하던 시절, 야간학교를 다니던 날들, 컴퓨터 학원 강사와 원장으로 살아온 시간, 대치동 학원가의 밤 풍경, 김포 신도시가 막 만들어지던 모습, 마라톤 현장과 코로나 시절의 거리까지. 이 블로그는 한 사람이 직접 살아오며 보고 느꼈던 생활 현장의 기록입니다. 새벽 버스정류장의 공기, 늦은 밤 학원 복도의 정적, 생활비를 계산하던 식탁 위의 풍경, 먹고살기 위해 버티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보를 설명하기보다 그 시절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하게 된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학원 이야기, 공장 이야기, 마라톤 이야기, 새벽 거리 이야기, 중년 노동 이야기, 생활비 고민 이야기까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지나쳐온 평범한 일상을 천천히 남겨보려 합니다.
요즘 컴퓨터를 생각하면 빠르고 편한 게 먼저 떠오릅니다. 버튼 몇 번 누르면 다 되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가끔은 반대로 생각이 듭니다. 너무 쉬워서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8비트 시절입니다. 처음 애플이랑 SPC-1000을 만졌던 그날이요.
그날은 친구 집 작은 방이었습니다. 방 한쪽에 책상이 있고, 그 위에 본체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옆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놓여 있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이라 그냥 계속 쳐다봤습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나면 바로 되는 게 아니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중간에 소리가 끊기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꽤 번거로운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했습니다.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장됐던 기억이 납니다.
화면에는 글자가 한 줄씩 올라왔습니다. 요즘처럼 바로 뜨는 게 아니라 조금씩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눈을 못 떼고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화면인데, 그때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단순함이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라고 하면 뭔가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대신 그 단순함 속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게 답답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불편하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줄이 올라올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빠른 결과보다 기다리는 과정이 더 오래 남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환경이 너무 편합니다. 인터넷도 빠르고, 프로그램도 바로 실행됩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나를 하려면 기다려야 했고,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환경이 오히려 집중을 만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 하나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맞게 움직인다는 걸 그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냥 재미있어서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꽤 큰 시작이었습니다. 뭔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느리고 번거로운 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계속 해봤던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은 뭐든지 빠르게 됩니다. 편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때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 불편함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지금도 새로운 걸 시작할 때면, 괜히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빠르게 잘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한 줄씩 올라오는 걸 기다리던 그 느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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