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가지 일을 하며 몸보다 마음이 지쳤던 시절

시동을 끄자 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도로 소리도 멀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집에 들어가 씻고 누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화면을 확인하니 다음 날 챙겨야 할 연락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차 문을 바로 열지 못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몸은 오늘 일을 끝냈는데 머릿속에서는 벌써 내일 일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던 시절에는 이런 순간이 자주 있었습니다.

한가한 날이 오히려 마음은 더 바빴다

낮에는 사무실 일을 챙겼습니다. 예약이 있는 날에는 시간을 맞춰 사람을 만나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바쁜 날은 몸은 힘들어도 생각할 틈이 적었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없는 날이 문제였습니다. 사무실이 하루 종일 조용하면 괜히 휴대전화를 몇 번씩 들여다봤습니다. 벨이 울린 것도 아닌데 화면을 켜보고, 혹시 연락을 놓친 것은 아닌지 확인했습니다.

전화가 오면 반가웠습니다. 아무 연락 없이 시간이 흘러가면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졌습니다. 임대료도 생각났고 생활비도 생각났습니다. 사무실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나갈 돈까지 함께 멈추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일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일을 함께하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몸이 좀 힘들더라도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밤이 되면 전혀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두 번째 일을 시작하면 주변 풍경부터 달라졌습니다. 낮에 사무실에서 보던 사람들의 얼굴 대신 밤거리의 간판과 자동차 불빛을 보게 됐습니다. 낮의 일이 끝났다고 해서 하루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식사 시간을 놓치는 날도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간단한 것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움직였습니다. 늦은 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저처럼 아직 하루를 끝내지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보였습니다.

편의점 앞 작은 탁자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도 있었고, 길 한쪽에 서서 휴대전화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음 일을 기다리는 것인지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말을 나눌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피곤한 얼굴은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잠깐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도 아직 집에 못 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몸이 힘든 건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솔직히 몸이 힘든 것 자체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 공장에서 일해봤고, 일을 하면서 밤에 학교를 다니던 생활도 해봤습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벽부터 움직여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두 가지 일을 함께 시작했을 때도 몸만 버티면 될 줄 알았습니다. 막상 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더 힘든 것은 마음이 한쪽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밤에 해야 할 일이 생각났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낮에 조용했던 사무실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얼마를 벌었는지 계산하다 보면 내일 나갈 돈이 생각났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느 한쪽에서도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을까.'

그 생각은 일을 많이 한다고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쁘게 움직이다 잠깐 멈추는 순간이면 더 선명하게 올라왔습니다.

집에 돌아와도 마음은 조금 늦게 들어왔다

늦은 시간 집에 도착해 씻고 누우면 몸은 분명 피곤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바로 잠들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오늘 번 돈을 생각하다가 내일 나갈 돈이 떠올랐습니다. 낮에 누군가와 나눴던 말도 다시 생각났습니다. 별일 아닌 대화인데도 밤에는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때가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고 당장 달라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잤고, 아침이 되면 다시 일어났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생활을 특별하다고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마다 다른 사정으로 두 가지 일을 하거나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편의점에서 늦은 식사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가 있었습니다. 서로 사정을 물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에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짐작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오래 남은 건 바쁘게 움직이던 모습이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 그 시절을 떠올리면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녔던 모습보다 이상하게 멈춰 있던 순간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일을 마치고 주차한 뒤 시동을 껐는데 바로 차에서 내리지 못했던 몇 분이 그렇습니다. 어두워진 차창에 희미하게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던 순간도 기억납니다. 집은 바로 앞인데 문을 열기 전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던 밤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몇 분이 왜 필요했는지 몰랐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막상 지나고 보니 몸만 쉬어야 했던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이쪽 일과 저쪽 일을 오가던 마음에도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몸은 집에 도착하면 신발을 벗고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늘 조금 뒤늦게 따라왔습니다. 어떤 밤에는 제가 먼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고, 마음은 아직 불 꺼진 차 안에 잠시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함께 보면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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